요즘 보험사는 어떻게 마케팅을 하고 있을까?
보험사에서 마케팅하기 어려운 이유는 지난번 ‘보험회사에서 마케팅을 한다는 것’ 시리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럼 이렇게 까다롭고 어려운 보험 마케팅을 생보사에서는 어떤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을까? 최근에 눈에 띄었던 생보사 두 곳의 마케팅 캠페인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삼성생명 - 행복할랩 by 히릿
MZ세대 직장인들을 위한 콘텐츠 마케팅 캠페인
삼성생명은 MZ세대 직장인 타겟으로 하는 ‘히릿 - 행복할랩’이라는 소통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도 히릿이라는 브랜드를 알게된 건 인스타그램 이벤트를 통해서다. 직장인의 애환을 글로 남기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였다. 히릿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알겠지만 정말 삼성생명이나 보험이라는 느낌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서 처음에는 ‘어떤 돈 많은 브랜드가,, 이런 돈이 안되는 이벤트를 하고 있나,,,’했다. (는 나중에 알고나서도 맞는 말이었음)
히릿은 기존 보험회사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나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삼성생명에서 만든 새로운 브랜드다. 2030 세대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이야기를 담으면서 직장생활을 잘하기 위한 팁이나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재테크 방법 등을 소개한다. 보험이야기는 최대한 줄이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노출하고 있는 것.
콘텐츠는 크게 3가지로 구성된다. 워라밸 카테고리에서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고민을 감동적으로 풀어낸 콘텐츠 ‘직장인 마상 힐링 프로젝트’를 비롯해 업무 효율 업시켜주는 플레이리스트, 어디에든 한명쯤은 있을 법한 직장인의 멘탈 유형 연구 영상 콘텐츠 등이 있다. 밸런스 카테고리에는 트래픽을 모으고 브랜드 인지도를 확산하고 바이럴시킬 수 있는 여러 테스트가 있다.
행복할랩의 대미는 ‘직장인 마상 보장보험’이 장식한다. (무)를 붙여야 할 것 같지만 가상의 상품이니 안 붙이기로. 위급 시 인출해서 마상을 보듬을 수 있는 ‘행복 중도인출 특약’, 죽은 자도 살려준다는 ‘무기력 생사초 지급 특약’, 빡침 3기 진단 시 사용할 수 있는 ‘사용 연차 리셋 특약’, 사회생활 때문에 웃다가 상해를 입은 얼굴을 보장해주는 ‘억지미소 상해 특약’ 등이다.
내가 보험사에 근무해서 그런지 내용 하나하나가 정말 너무 깨알같고 귀엽다.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느껴진다. 그리고 보험보장은 매월 이벤트를 통해 이뤄진다. 테스트에 참여하고 히릿 인스타그램 계정과 #마상보장보험 해시태그만 달면 참여 끝! 쉽다.
행복할랩의 콘텐츠도 MZ세대 직장인들에게 fit한 콘텐츠들이고 보험사가 어떤 마음으로 콘텐츠를 기획했는지 십분 이해되지만, 브랜드 네임이 너무 가려져있다는 점에서 실제로 브랜드 인지도나 소비자에게 삼성생명이 TOM으로 자리잡게 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되는지 미지수다. 보험사에 다니고 있는 나조차도 브랜드를 찾는데 시간이 꽤 걸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보험이라는 업계 자체가 인지도나 이미지를 남기기 너무 어려운 분야다 보니, 직장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 하나만이라도 남기면 꽤 남는 장사라고 생각한다.
한화생명 - LIFEPLUS 구독보험
일상에서 체감할수 있는 보험 상품 마케팅
한화생명의 브랜드 마케팅의 전반적인 느낌은 ‘잘 정제된 대기업의 콘텐츠 마케팅’ 느낌이다. 한화생명 페이스북은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간결하게 표현한 내용이고, 블로그에는 금융 백과사전이라고 할 정도로 필요한 정보를 아카이빙 해둬서 필요한 경제/금융 지식을 알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그나마 캐주얼해서 금융에 관심있고 쉽게 정보를 얻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팔로우를 누를만한 콘텐츠들이 올라온다. 유튜브도 마찬가지. 진행자나 컨텐츠 포맷 등 톤앤매너의 차이만 있을 뿐 잘 정제된 콘텐츠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다만 최근에 달라진 행보가 보인다. 바로 구독보험이다. 구독보험은 한화생명이 보험업계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선보이고 있는 상품이다. 매월 낸 보험료에서 중도보험금을 포인트로 전환, 실제로 낸 보험료보다 큰 혜택으로 돌려받는 구독 경제 시스템을 적용했다. 사망, 질병 등 보험금 지급 사유가 필요한 기존 보험 형태에서 벗어나 구독 기간 중 생활 속에서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일상 혜택형 보험이다.
이는 직접 편익을 체감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MZ세대를 타겟팅으로 함과 동시에 보험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일상에서 직접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이마트, GS25, 프레시지 등과 제휴해 상품을 내놓았으며 혜택률은 상품에 따라 21%~47%까지 폭넓게 제공한다.
이 상품이 업계에서 유일하고 최초인 이유는 보험업법상 보험금은 돈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포인트 등 서비스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독경제 상품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지 못한 보험사에서 출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화생명 구독보험은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를 통과한 ‘포인트 플랫폼을 통한 보험금 지급 서비스’에 기반하여 개발됐고 그렇기 때문에 2년 유효기간을 가진 시한부 상품이다.
이렇게 어려운 상품을 효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한화생명은 출시 당시 놀면뭐하니의 MSG워너비로 인기를 끌었던 배우 이동휘를 기용, 브랜드 필름을 만들어 ‘매월 혜택으로 돌려주는 LIFEPLUS 구독보험(무)’ 캠페인을 진행했다. 구독보험이라는 개념이 너무 생소하기 때문에 ‘사랑을 쓰려거든 보험을 쓰세요’를 리메이크, ‘그렇게 쓰려거든 보험을 쓰세요’라며 어차피 쓸 돈이라면 구독보험으로 좀더 잘 쓰라는 의미를 담았다.
브랜드 필름은 이마트, 밀키트, 편맥편에 따라 세가지로 제작 되었는데, 각 컨셉에 맞게 리메이크를 다른 장르로 만들어 하나의 브랜딩을 하되 각 상품에 맞게 다른 느낌을 만들어냈다. 필름의 톤앤매너에 맞게 마이크로페이지를 제작, 마이크로페이지 내에서 구독보험 상품의 모든 라인업의 혜택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마이크로사이트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상품 설명 하단에 있는 연간 혜택 계산서다. 구독보험이 혜택이 많은 건 알겠는데 대체 얼마나 혜택이 있는지 모르겠는 사람들을 위해 구독보험에 가입할 경우 일년간 얼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계산서 형식으로 안내하고 있다. 사실 이렇게 광고를 하려면 진짜 빡센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삼성생명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삼성생명은 브랜드 마케팅이라 심의없이 진행이 가능하지만 한화생명은 보험 상품 광고라 카피 하나하나 모두 심의를 받아야 한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보험도 어려운데 구독보험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선보이면서 보험사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고객을 이끌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 것이 보이나, 실질적으로 사람들에게 개념에 대해 제대로 설명이 됐는지 모르겠다. ‘저렇게 퍼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거야’라고 생각하는 등 ‘보험’이라고 하면 일단 거부감만 갖는 사람들이 많은 이 시대에, 혜택을 많이 주면서 고객을 유치해도 근본적으로 고객에게 푸시 영업을 하는 행태가 사라지지 않으면 아무리 새롭고 혜택이 많은 상품이라고 할지라도 보험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각자의 컨셉으로 느리더라도 고객에게 꾸준히 다가가기
보험사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는 보험사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디지털로 넘어가고 있는데 여전히 90%가 넘는 판매가 대면채널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개선을 하려고 해도 보험이라는 산업 자체가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는 상품이고 현재에 효익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그 리스크가 실제로 발생하기 전에는 버리는 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기에 보험사는 각자의 방법으로 느리더라도 꾸준히 고객에게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보험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라고, 사실 언젠가 꼭 도움이 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 보험회사에서 마케팅을 한다는 것(1) 보러가기 https://freshblown.com/insurance-marketing-1/
- 보험회사에서 마케팅을 한다는 것(2) 보러가기 https://freshblown.com/insurance-marketing-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