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해비유저가 콕 집은 네이버 웹툰 띵작 3

May 09, 2021 · 4 mins read

이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아홉수 우리들 (매주 토)

아홉수우리들

20대 후반에서 40대까지 이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웹툰. 누구나 한번쯤 생각하게 되는 29세를 맞이한 세 명의 ‘우리’가 경험하는 에피소드를 그려낸 이야기다. 주인공 중 한 명인 ‘봉우리’는 계약직 신분으로 잡지사 디자이너로 일하다 경영 악화로 직장을 잃고 ‘비스트로 산’에서 알바를 하면서 디자이너로서 준비를 하고 있다. ‘차차’라는 별명을 가진 ‘차우리’는 철이 없는 엄마와 남동생을 위해 악착같이 살다가 지금은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냉정하고 현실적이어서 조언을 많이 해주는 맏언니 스타일. 최근까지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마지막 ‘김우리’는 남부러울 것 없이 유복한 집안에서 착실하게 공부를 하며 자랐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은 배제되고 가족이 원하는 삶을 살아오다가 최근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찾아나서는 캐릭터다.

주인공을 한명씩 살펴보면 알겠지만 어디에서나 볼수 있을법한 인물들이다. 주변에는 가정 형편으로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친구도 있고, 남이 보면 걱정할 것 없어보이지만 정작 본인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인지 몰라 때아닌 사춘기를 겪고 있는 사람도 있다. 설정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각 화의 댓글에는 ‘저도 봉우리 처럼…’ ‘김우리같은 사람이 저예요…’하면서 고해성사하는 사람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한편, 연애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데 이 웹툰에서 딱 하나 비현실적인 것을 찾아보라면 바로 연애와 남성 캐릭터다. 웹툰으로 설렐만큼 두근두근 설레는 연애 이야기도 가득, 눈물 콧물 질질 짜는 이별 이야기도 종종 나와 마음 한켠을 뭉클하게 한다. 나도 언젠가 경험한 것 같은 이야기를 가져다 위로를 해주는 글을 읽다보면 10점을 안줄래야 안 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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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상상력이 일상으로 비집고 들어오면,

욕망일기 (매주 토)

욕망일기

스토리는 김주인, 작화는 박태준 만화회사가 담당하고 있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욕망을 다룬 스릴러(라고 적혀있지만 나는 판타지로 보는) 웹툰. 나는 인생존망 웹툰을 굉장히 재밌게 봤는데 사실은 그림체가 같아서 박태준이 스토리, 그림 다 담당한 줄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댓글보면 박태준을 찬양하는 댓글이 종종 보인다. 박태준도 대단하지만 김주인이 스토리를 만들 것이라는 걸 기억하자. ’누구나 바라던 욕망들이 이루어진다’는 뼈대를 중심으로 일상생활에서 한번쯤 상상해볼법한 욕망을 가지고 3-4편으로 구성해 연재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욕망 이야기가 그간 연재됐었다. 누구나 얼굴 보정 어플을 보면서 ‘나도 이렇게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가 ‘얼굴보정’ 에피소드다. 카메라로 예쁘게 얼굴을 보정하면 바로 그 얼굴이 되는 거다. 또 이런 욕망도 있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쪘으면 좋겠다’라는 욕망을 에피소드로 풀어내서 너무 날씬한 사람이 놀라울만큼 많은 양의 음식을 행복하게 먹는 에피소드도 있다.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무리한 욕망을 부리다가 제 꾀에 당한다는 결말로 끝나는 반면, ‘이웃집화장실’ 편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웃집 화장실’ 편을 먼저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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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이야기에 몰입력이 뛰어난 연출까지

당신의 과녁 (매주 목)

당신의과녁

나는 그동안 웹툰은 단순히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 재밌는 상상력을 더한 콘텐츠라고만 생각해왔다. 하지만 당신의 과녁 만화를 보고 웹툰에도 연출이 가능하구나. 웹툰도 영화처럼 다양한 기법이 들어갈 수 있는 콘텐츠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당신의 과녁은 웹툰 인식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려 준 작품이라는 말이다.

당신의 과녁은 지극히 평화롭고 화목한 가정에서 ‘나는 행복하다’라는 말을 달고 사는 선한 사람 ‘최엽’에게 일어난 일을 다룬다. 어느 날 한 노인을 도와줬다가, 연쇄 살인의 죄를 뒤집어 쓰고 사형 판정을 받고 감옥에서 살다가 무려 17년이 지난 뒤에 무죄로 풀려난다. 중요한 것은, 실제 범인(할아버지)의 가족들이 그가 무죄라는 걸 알면서도 아이들이 모두 클 때까지 비밀로 부쳐왔던 것. 그 17년이라는 세월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학교 생활을 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과 무고한 사람이 감옥 생활을 하며 고통받고 있는 죄책감 사이에서의 타협점이었겠으나, 최엽 입장에서는 그저 고통스럽고 잔인한 선택일 뿐이다.

웹툰을 잘 보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건 정말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 고. 근데 이 웹툰은 상상이 안된다. 웹툰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연출을 영화로 풀어낼 수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건조한 극화체 화풍에 비해 심리 묘사와 연출의 흡입력이 정말 뛰어나다. 어느 편에는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이 말을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야기는 흘러가고 등장인물들의 심리도 모두 이해가 된다. 굳이 말로, 행동으로, 서사로 풀어내지 않아도 풍경 몇 컷으로 설명해낸다. 최근(70화)에는 최엽에게 큰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데 그때의 최엽의 반응은 정말 상상초월이다. 이는 일반사람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형태의 심리묘사다. 웹툰을 통해 심리를 배워가는 나에게는 웹툰의 새 지평을 열어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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