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개이너의 시작
홍보대행사 출신인 나는 마케팅이라고 하면 단순 SNS 관리, 블로그 관리, 페이스북 광고 집행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13년 11월 입사하고 다음해였나, 그때부터 페이스북에서 광고를 시작했으니, 사실 브랜드 이미지 관리 정도로만 알고있었던 나는 마케팅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오픈소스마케팅이라는 오픈 채팅방에 접속한 후 마케팅의 스킬이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지, 얼마나 자기 발전을 거듭해야 하는 직무인지 깨닫고 마개이너 스터디에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나는, 삼수했다.
마개이너에 들어가기 위해서 지원서를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그리고 절실하게 한 번 더, 그리고 마지막으로 더 절실하게 한 번 더 작성하고 나서 붙었다. 이렇게 스터디 들어가는 것이 어려웠나. 세 번 지원하는 동안 이직을 두번했으며 거의 세 번째 회사 생활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다. 그러니까, 20년 12월쯤 시작해서 지금 햇수로 3년차, 마지막 1회만을 남기고 있다. 삼수할 만큼 가치가 있는 스터디였냐고? 묻지마라. 더하라면 더 했을 수 있다.
마개이너에서는 무엇을 했을까
마개이너는 마케팅, 개발, 디자인의 합성어다. 요즘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업무 툴을 가지고 있으면 회사에서 일을 덤으로 얻기 십상이지만, 그만큼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더 잘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스터디다
스터디의 중심에는 오갱님이 있다. ‘어떻게 이걸 알지?’ ‘어? 이걸 안다고?’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3년 내내 계속될 정도로 박학다식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일에는 집요하게 달라붙어 알아내고 마는, (적어도 내가 알기에는) 그런 사람이다. 스터디 장이라고, 마케팅 컨설팅 펌 오픈소스마케팅 대표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 적어도 한시간만 같이 말하다 보면 모든 사람이 그렇게 느낄 것이다.
어쨌든 나는 마개이너 12기로서 그의 스터디원 중에 하나가 되었고 그의 하드캐리 하에서 우리는 돌아가면서 자신이 맡은 영역을 발표하고, 함께 공부했다.
공부 범위는 정말 다양했다. HTML, CSS, 자바스크립트와 같은 간단한 개발 지식부터 SEO, 검색광고, GTM, GA, 페이스북 광고, 이메일 마케팅, 콘텐츠 마케팅, 블로그 콘텐츠까지 폭넓고 깊게 배웠다. 특히 처음 스터디 시작할 때 개발 기초를 먼저 배우는데 밤새서 웹툰 소개 페이지를 깔끔하게 선보였을 때 그 희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렇게 배우면, 배워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내가 앞으로 궁금하거나 막히는 것이 있을 때 다시 보고 복습할 수 있는 소중한 요점정리 노트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업무하면서 막혔던 것들을 다시 찾아보고 복습한 적이 많다)
이때 배운 기초 지식을 기반으로 GTM 공부도 오래했는데, GTM을 배우고 나서 할 수 있는 것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마케터로서의 자격을 꾸준히 의심하던 내 갈증을 해소해주었다. ‘나는 GTM도 할 수 있는 마케터라고!’
마개이너 12기
우리는 12기로 시작했다. 마개이너 스터디 규칙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다들 ‘스터디가 뭐 그렇게 빡세?’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사실 맞다. 빡셌다. 지난 1년 반동안 2주에 한번씩 아침 9시 반에 모여 코시국답게 비대면으로 스터디를 진행했고, 다른 격주로 과제를 진행했다.
그러다가 과제를 한번 놓치거나 지각하거나 스터디를 별도의 언급없이 결석하거나 하면 얄짤없이 제적당했다. 그렇게 헤어진 친구들도 많다. 한편, 이 이유로 만나게 된 친구들도 있다. 앞 기수가 폭파되면, 그 중 스터디에 꾸준히 참여했던 친구는 남아 다음 기수에 편입되곤 한다. (물론 안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마개이너 12기는 9명의 졸업생과 함께 졸업장을 자그마치 NFT로 받게된다. 졸업장을 NFT로 주는 스터디있으면 어디 나와봐라! 이건 팔수도 있다..! (그렇다고 진짜 팔지는 않을 거예요,,)
우리 다음 기수를 마지막으로 마개이너는 막을 내리는데, 또 모른다. 언젠가 오갱님이 마개이너가 아닌 다른 포멧으로 스터디를 모집할 수도 있다. 혹여나, 오픈소스마케팅방에서 스터디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절대 고민하지 말고 (지원서를 성실하게 작성해서) 지원하라. 수 억을 준다고 해도 얻을 수 없는 가치를 얻게될 것이니.
총 28회 스터디,
약 168시간 공부
스터디 진행한 내역을 보니 우리는 총 28회 모여서 공부를 했다. 1회마다 약 3시간동안 스터디를 진행하고, 스터디가 끝난 후의 과제를 평균적으로 3시간 정도(순수 과제 작업 시간만 따지자면 그렇긴 한데 과제를 위한 준비시간, 발표 공부 시간까지 다 따지자면 사실 한참 더해야 한다) 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모여서 약 168시간을 공부했고, 이는 꼬박 7일을 모여 밤샘 공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마개이너를 하면서 마케팅 스킬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고, 홍보PR/콘텐츠/브랜딩에 머물러있었던 나의 마케팅 커리어 폭이 퍼포먼스, 그로스 쪽으로 넓어졌다. 할 수 있는 업무가 다르고, 그 업무의 난이도가 타인과 다르다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 또한 많아졌고 덕분에 지금 새롭게 시작한 일을 재밌게 할 수 있게 됐다. 마개이너를 시작하고 새로운 길이 열린 셈이다.
코시국에 시작해서 비대면으로 진행한 스터디지만, 그 사이에 벌써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마지막 스터디는 대면으로 진행된다. 마지막이 되어서야 얼굴을 보다니, 싶지만 한편으로는 마개이너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니까, 동기들과 새로운 스터디를 시작한다고 생각해야겠다.
MINI LETTER ♥
12기 여러분,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진짜 할미마냥ㅋㅋㅋ 마지막이라고 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지난 시간동안 도움 받아 감사했고, 앞으로도 서로 궁금한 거 물어보면서 마개이너 동기로 오래오래 봐요! 오갱님 그동안 우리 캐리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